이번 글은 조금 뇌피셜이 많을 것 같다.
세계를 모두 가본 것은 아니지만, 평생을 살아가기 앞서 준비 과정으로 세계 일주 비스므리한 것을 5년 전 기획했다.
내가 세계를 보는 창은 아무래도 한국어로 된 글들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얼마나 내가 아는 세상이랑 실제 세상이 다른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은 나에게 아주 값진 시간이 되었다. 내가 보고 느낀 것 위주로 한번 정리해본다.
1. 서세 동점의 시기 이후의 국민 정서 - 마치 우리가 일본을 대하는 감정과 같은 것.
서구 제국이 식민지를 한 번이라도 차지했던 지역은 짙은 파랑색, 반식민지 상태에 놓였던 하늘색, 식민지가 된 적이 없는 지역인 회색으로 나뉘었다.
전 지구상에서 한-중-일은 특수하게 서양 제국의 직접적 지배를 받지 않았다. 다른 지역은 최소 반식민지 이상의 지배를 받았다.
우리에게 역사적으로 가장 아웅다웅 하는 사이는 일본이랑 중국인데, 중국은 좀 먼 옛날 이야기임에 반해, 일본은 직접적인 피지배의 역사가 비교적 가깝고, 그 때의 피해자가 아직 살아있기 까지 하기때문에 기본적인 반일정서가 어느정도 있다.
그래서 일본을 대할 때는 다른 나라를 대할 때와는 미묘하게 다른 감정이 알게 모르게 작용한다.
가령 해외여행을 가서 스위스 국기를 흔들거나, 영국 국기를 흔드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일본 여행에서 일장기를 들고 다니면서 후지산에서 일장기를 흔들고 틱톡이나 릴스를 올린다??
악플 달릴 각오 하지 않는 이상 보편적 국민정서에 조금 맞지 않는 그림이 된다.
얼마 전 도쿄 여행에서 긴자 거리에 줄지어서 계양되어 있는 일장기를 보았다. 어느 나라나 자기 국기를 그렇게 거는 게 당연한 일인데도, 마치 영화에서 보던 경성 거리에 걸려있는 일장기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2. 전 세계를 지배한 업보 - 반 기독교, 반 유대교, 반 서방 의식
서구의 지배 시기, 현지인들에겐 2등 국민으로 차별받은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때때로 학살당한 슬픔이 있다. 그 가슴 아픈 역사는 독립을 위한 분노의 씨앗이 된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 이후, 기존 유럽의 열강들은 힘을 잃어버린다. 더 이상 지구 반대편을 통치할 압도적인 기술격차와 자본력이 없다. 혹여 반란을 일으킨다면 군함을 보내 막을 힘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2차 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20~30년 안에 많은 나라들이 독립하였다.
저 지도에서 보다시피, 이슬람교가 지배적인 종교인 지역은 어김없이 제일 싫어하는 나라로 이스라엘을 꼽았다.
러시아와 중국은 제일 싫어하는 나라로 미국을 꼽았다.
이스라엘을 싫어하는 지역은 당연히 이스라엘의 편을 드는 미국을 싫어하는 정서가 강하다.
인도네시아에서 현지인들에게 초창기 들은 이야기는 살짝 충격이긴 했다. 여기 사람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쪽인 경우가 더 많다고. 왜냐하면 이스라엘을 싫어하는데 이스라엘을 비호하는 미국이 싫고, 미국이 밀어주는 우크라이나는 별로 호감이 아니라는 것이다.
싱가포르에 여행 갔을 때인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창기였다. 화교 택시기사였는데 중국어로 적힌 쇼츠랑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러시아가 쳐들어가서 우크라이나 미녀들을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보면서 껄껄거리는데, 그들의 정서를 알 수 있었다.
화교들도 남중국해나 대만문제, 무역전쟁, 홍콩과 신장 위구르, 티베트 등의 문제들 등 산적한 현안들에 대해 늘 반대편에 있는 서구 세계가 싫고, 과거 100년 전 아편전쟁 등의 가슴 아픈 역사들은 더더욱 서구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이 있나 보다.
예전 영국에서 어학연수 시절 경험한 이야기이다.
그룹 액티비티였는데, 가난한 나라를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었다.
나는 한국과 동아시아의 성공 경험으로 이야기를 했다.
"쉬운 산업부터 공장을 만들어 저렴한 인건비로 만든 제품을 수출함과 동시에, 그 돈으로 교육에 투자를 한다. 수준 높은 인재를 만들어 내고, 돈이 많은 서양 나라들, 가령 미국의 투자를 받는다. 그렇게 점차 고부가가치의 산업으로 올라가면 나라는 부유해질 수 있다."
정말 간단히 얘기했지만 사실 일본, 한국과 아시아 4룡, 중국이 발전한 방식이기도 했다.
러시아 옆 동구권에서 온 한 아저씨가 격하게 반대했다.
"아메리까? 노!"
거기서 가치관이 아예 다른 것을 굳이 싸우고 있을 수가 없으니까, 그냥 "아메리까 노?, 오케이~" 하고 말했다.
그때도 느낀 것이지만, 러시아 근처 동구권의 반서방 의식도 못지않음을 느꼈다.
(물론, 이 사람만 그랬을 수는 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 이긴 하다. 하지만 큰 집단의 방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가 반서방 의식이 적은 이유는 일본으로부터 독립시켜 준 주체가 미국이고, 북한과 중국으로부터 나라를 지켜 준 주체가 미국이고, 경제개발 단계에서도 큰 도움을 받은 게 미국이다 보니, 그들의 직접적인 지배로 피해를 보기는커녕, 압제에서 벗어나게 해 준 역사적 배경이 있지 않나 싶다.
우리의 관점에서 보는 서방세계과 식민지배 경험이 있는 나라들의 서방세계를 보는 관점은 다를 수밖에 없다.
아마 저들에겐 서구 세계가 우리가 일본에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라는 추측이다.
3. K-블라블라의 희망. 우리는 서방이 아니야.
202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잘 먹히고 있는 K문화는 사실 이러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우리가 일본 애니와 게임을 좋아할 때도 있지만, 흔쾌히 마음속 깊숙이 일본을 아무 감정 없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처럼, 제3세계에서 서양 문화는 그런 측면이 있지 않을까.
반면 역사적으로 악연이 없는데, 서양에서 만든 거랑 비슷한 퀄리티로 재밌다면 부담 없이 즐기기엔 더 괜찮지 않을까.
특히나 똑같이 식민지 당했던 슬픈 역사가 우리에게도 있고, 똑같이 허덕이던 역사가 있는데 잘된 걸 보면 제3세계에서도 "아 우리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사실 이런 것까지 생각을 다 하고 보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알게 모르게 서양애들이 만든 건 거부감이 든단 말이지~ 정도는 있을지도 모르지.
이 부분은 뇌피셜이 좀 강하게 들어갔다. 아니면 말고...
4. 마치며...
쓰다 보니 약간 너무 반서방에 치우쳐서 쓴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1세계에 속해 있어서, 저들의 사고방식이 아예 이해가 안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전 세계 인구가 80억에 육박하고 있고, 점점 비 서구세계가 전 지구를 차지하는 비중은 커져만 간다.
특히나 이런 비동맹국가를 표방하는 나라에 나와있는 이상, 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기에, 그동안의 생각들과 겪은 것들, 책 읽은 것들을 종합해서 한번 써 보았다.
끝.